기억을 재방문하기 - 작가 송신규와의 대화들
고원석 (Wonseok Koh,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양구 박수근미술관 옆에 마련된 작가의 작업실을 처음 찾던 날은 눈이 그친 후 맑고 차가운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눈으로 온 대지가 덮여 있어서 안그래도 한적할것 같은 풍경이 수평의 백색으로 정리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수평의 전조를 그대로 이어 놓은 듯한 단층건물의 작업실에 들어갔을 때, 그 안은 제대로 걸어놓을 수 없을만큼 많은 회화들과 설치를 위해 모아 놓은 소품들이 상호쟁투하고 있었다. 주변의 한적함은 그저 낯선 방문자의 여유넘치는 인상이었을 뿐, 그곳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는 어느 젊은 작가에겐 치열한 작업의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대조적인 에너지를 막 느끼고 있던 나에게 그는 레지던시 종료시점에 개막하는 개인전에 출품할 근작들에 대해 먼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송신규와 같이 젊은 작가들을 만날때 나는 최근 작업들 자체보다 그들로부터 이어지는 작업의 시작점 같은 것들을 궁금해하곤 했었기 때문에 최근작들을 먼저 가볍게 둘러본 후, 바로 그의 학창시절 작업을 보여줄것을 요청했다. 그는 책상위에 두툼한 스크랩북들을 펴놓으며 그가 학창시절 작업해왔던 적지않은 작품들을 보여줬다.
나는 그가 학창시절 작업해온 다수의 습작들을 섣불리 정의해서 지금 그의 작업세계의 일부로 규정짓고 싶진 않다. 그렇게 할 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거니와, 무엇보다 아직 그 습작들 속에 엉켜있는 복잡한 시간과 에너지들을 차분하게 분석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수의 습작들이 내뿜는 기이한 에너지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실’, ‘소멸’, ‘투쟁’, ‘환멸’과 같은 단어들이 제목으로 등장하고 있는 그 이미지들은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했다. 그는 상처받은 개인사로 인해 학창시절 자신의 감정을 지배했던 우울한 감정들을 말해줬는데, 이는 어쩌면 타인에겐 전적인 동의를 구하기 힘들지만 자기 자신에겐 가혹한 종류의 무거움으로 작동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그에겐 중독적인 다작과 음울함의 전조가 깔린 이미지가 익숙해진것이 아닐까 한다.
다분히 개인적인 해석에 기반한 이 추측은 최소한 이후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요긴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2021년에 열었던 개인전 <풍경의 뼈>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러한 특성들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이 전시에 출품된 회화들은 최근의 젊은 작가들과는 차별화되는 섬세한 조형감각이나 회화적 분위기가 눈에 띄는데, 그러한 분위기의 근간에는 위에서 언급한 키워드들이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음울함의 전조는 그의 회화들의 저변에 존재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의 회화들의 절제적 미학을 방해하는 요소로 기능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의 경우 다소 큰 편차를 가진 것들로 만들기도 한다. 즉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이러한 양면성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내부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정적 밀도나 표현의 에너지의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면의 에너지에 경도되는 순간 자신과 작품을 객관화 하여 관조하는 과정을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레지던스라는 제도가 그에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종종 젊은 작가들의 화려한 부상이 눈에 띄는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사실 미술계는 다분히 보수적인 곳이다. 안정된 자리를 잡고 활동을 이어나가기 전의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제도적인 지원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지역의 기관들이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레지던스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다. 송신규에게 레지던스는 젊은 작가들에게 필요한 물리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레지던스가 위치한 지역성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자신의 복잡한 감정들을 외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작가적 활동의 첫 시작은 대만의 어느 지역 레지던스에 참여하게 되면서인데, 여기서 그는 원래 원주민 주거지였던 마을의 역사를 접하면서 트라우마틱한 근현대사와 평온해보이는 현실의 생경한 대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의 개인적 요소들을 정당화시켜주는 기록으로서의 표현에서 나아가 외부세계의 중층적 요소들을 작업으로 소화해내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양구 박수근미술관 레지던시에서 머물던 1년여의 시간동안 유사하게 펼쳐졌다. 그는 자신의 복잡한 기억들이 존재하는 출신지역과 매우 가까운 이곳에서, 유사한 자연이 어떻게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경험하는 지역의 시공간이 어떻게 작품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를 의욕적으로 경험했다. 주변의 역사적 흔적들이나 독특한 지역들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경험한 사유들을 작품 속에 포함시키면서 생태나 신화, 개발에 대한 성찰 등 이전 작업들에선 개입하기 어려웠던 주제들이 작업의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이전의 강렬한 표현주의적 성향과는 다른 기법들이 등장한다. 주변의 부산물들을 수집해서 시도한 설치작품이나, 자신의 회화를 설치적 요소를 가미해 전시장에 배치시키는 시도 같은 것들은 확실히 전과는 달라진 부분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덮은후 다시 긁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나 일정한 오브제들을 회화와 결합시키면서 시간성을 표현해내는 시도들도 그러하다.
이렇게 작업세계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은 한편으로 그가 스스로 경계해야 할 지점들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풍경을 관조하는 기저에 깔린 허무주의는 대상을 섣부르게 타자화해버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근현대사의 독특한 사건이나 신화를 작품에 끌어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깊이의 연구와 작가적 견해의 확보가 동반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여러 작품들속에서 보이는 양식적 고정성을 아직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확실히 양구에서의 체류는 그에게 일정한 치유와 보다 넓어진 에너지를 안겨준 것 같다. 이제 그는 스스로 고백하듯 자신의 출신지역으로 되돌아가서 자신의 기억을 재방문하는 어려운 시도를 할 것이다. 내면의 밀도를 개인의 언어로 섣부르게 뿜어내지 않고, 일정한 동시대 미술의 틀 안에서 설득력을 갖춘 구조로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 미래를 준비하고 연마하는 과정으로서의 지난 1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원석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Art Studio of Park Soo Keun Museum: Exhibition of Artists in Residency 2021
Revisiting Memories: Conversation with Artist Song Shin-kyu
Koh Wonseok, chief curator at Seoul Museum of Art
It was a clear, cold, windy day after snow that I first visited the artist studio by the Park Soo Keun Museum in Yanggu, Gangwon-do. With the earth covered in snow, what must have already been a tranquil landscape was all leveled out in white. But as I entered the studio, a one-story building that seemed like an extension of the horizontal landscape, the interior was filled with more paintings than could be properly hung, clamoring among objects collected for installation. The serenity of the surroundings turned out to be an impression only a leisurely outside visitor could afford to have, and I could instantly sense that it served as a mere backdrop for intense work for the young artist Song Shin-kyu, who lives and produces art at the studio.
While I was just warming up to this contrast of energy, the artist began to explain his latest works to be featured in the solo exhibition at the end of his residency. But while meeting young artists like Song, I have grown keener on the aspects of the artists that trigger their works instead of their latest output. This is why I asked Song to show me his works from his school years, right after lightly browsing through his most recent works. Unfolding a thick scrapbook on top of the table, he walked me through the numerous works produced as a student.
My intent is not to quickly define the many studies he produced in school and stipulate them as part of his course of work. Nor have I invested enough time to do so or feel the need to impassively analyze the intricate entanglement of temporality and energy underlying his studies. Even so, I cannot go without mentioning the eerie energy emitted by many of his studies, which were introduced under titles such as “Loss,” “Extinction,” “Struggle,” and “Disillusionment” and proved dismal and grotesque. Song told me about his depression that dominated his school years and his history of personal trauma behind it, which seemingly put a brutal form of weight on him, regardless of whether others could fully empathize with him. I suspect that it was then that he grew accustomed to addiction-level production and images hinting at gloom.
This highly personal take of mine could be useful at least in understanding his later works. Those featured in his 2021 solo exhibition Traces of Nature reflect such characteristics in conveying a delicate formative aesthetic and painterly attitude that distinguish Song from other emerging artists of late, and operating at the root of these paintings are the aforementioned keywords. The hint of gloom, in particular, is what determines the overall tone of his paintings, though it simultaneously hinders their constrained aesthetic and occasionally accentuates their large variance gap. So in a sense, it is like a double-edged sword for Song.
This duality is attributed to the high emotional density and large wavelength of expressive energy from within the artist. And the moment his inner energy overpowers him could forfeit an objective view of himself and his works. This is why the institution of artist residency could perhaps be an important opportunity for him.
While young artists often make remarkably gallant debuts, the art scene is actually rather conservative. Institutional support is inevitably what most emerging artists need before settling into a career, and this is expressly why domestic institutions devise and implement policy to support young talent. For serving this role, artist residency is a leading system. For Song, this not only provides the material support needed as an emerging artist but more importantly, an opportunity to externalize his intricately intertwined emotions using the specificity of the residence’s location as his medium. His artistic career began with a regional residency program in Taiwan, where he was exposed to the history of a village that was once an aboriginal settlement, and he eventually discovered the strange contrast between the region’s traumatic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and its peaceful reality. And probably for the first time during this residency, he began producing works in an attempt to digest multiple facets of the external world rather than merely document and justify his personal history.
Song faced a similar experience during his one-year residency at the Art Studio of Park Soo Keun Museum. In Yanggu, a county in the immediate vicinity of his memory-ridden and emotionally charged hometown, he eagerly explored how similar environments could be different and how spacetime in an area as experienced from an objective distance could be reduced into works. As he began incorporating into his works his thoughts on and experiences with the historical remains and sites unique to the area, subjects that seemed tangential to his previous works such as ecology and mythology began to be introduced as artistic themes.
He also introduced techniques that deviate from the intense expressionist tendencies shown in his previous works. The installation created out of found objects from the area, the added elements of installation in his painting, and strategic placement of the paintings in the exhibition space are among the more noticeable changes, as well as the creation of an image by repeatedly covering up and scratching out a finished painting and the attempt to visualize temporality by conflating certain objects with paintings.
Yet on a cautionary note, this kind of expansion in artistic scope is often followed by the revelation of new risks, which Song should be aware of. For example, he should be aware that the nihilism underlying meditative landscapes tends to quickly otherize the subjects. References to certain events in modern or contemporary history or mythology must accompany a certain amount of research and artistic perspective. And most importantly, he needs to be wary of the stylistic fixation seen in many of his works.
It seems clear that his stay in Yang-gu has given him some convalescence and a broader spectrum of energy. Now he faces the challenge of revisiting memories of his hometown, which are equivalent to a self-confession. An undoubtedly difficult task is to persuasively structuralize the full density of the inner self within the framework of contemporary art and not blurt it out in raw and personal language. Yet I firmly believe that the past year has apparently held special meaning for the artist given the process that occurred of honing his skills in preparation for this very challenge.
고원석 (Wonseok Koh,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양구 박수근미술관 옆에 마련된 작가의 작업실을 처음 찾던 날은 눈이 그친 후 맑고 차가운 바람이 불던 날이었다. 눈으로 온 대지가 덮여 있어서 안그래도 한적할것 같은 풍경이 수평의 백색으로 정리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수평의 전조를 그대로 이어 놓은 듯한 단층건물의 작업실에 들어갔을 때, 그 안은 제대로 걸어놓을 수 없을만큼 많은 회화들과 설치를 위해 모아 놓은 소품들이 상호쟁투하고 있었다. 주변의 한적함은 그저 낯선 방문자의 여유넘치는 인상이었을 뿐, 그곳에서 생활하고 작업하는 어느 젊은 작가에겐 치열한 작업의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었음을 바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렇게 대조적인 에너지를 막 느끼고 있던 나에게 그는 레지던시 종료시점에 개막하는 개인전에 출품할 근작들에 대해 먼저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실 송신규와 같이 젊은 작가들을 만날때 나는 최근 작업들 자체보다 그들로부터 이어지는 작업의 시작점 같은 것들을 궁금해하곤 했었기 때문에 최근작들을 먼저 가볍게 둘러본 후, 바로 그의 학창시절 작업을 보여줄것을 요청했다. 그는 책상위에 두툼한 스크랩북들을 펴놓으며 그가 학창시절 작업해왔던 적지않은 작품들을 보여줬다.
나는 그가 학창시절 작업해온 다수의 습작들을 섣불리 정의해서 지금 그의 작업세계의 일부로 규정짓고 싶진 않다. 그렇게 할 만한 시간을 갖지 못했거니와, 무엇보다 아직 그 습작들 속에 엉켜있는 복잡한 시간과 에너지들을 차분하게 분석할 때는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않은 수의 습작들이 내뿜는 기이한 에너지들에 대해선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상실’, ‘소멸’, ‘투쟁’, ‘환멸’과 같은 단어들이 제목으로 등장하고 있는 그 이미지들은 음울하고 그로테스크했다. 그는 상처받은 개인사로 인해 학창시절 자신의 감정을 지배했던 우울한 감정들을 말해줬는데, 이는 어쩌면 타인에겐 전적인 동의를 구하기 힘들지만 자기 자신에겐 가혹한 종류의 무거움으로 작동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그에겐 중독적인 다작과 음울함의 전조가 깔린 이미지가 익숙해진것이 아닐까 한다.
다분히 개인적인 해석에 기반한 이 추측은 최소한 이후의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요긴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2021년에 열었던 개인전 <풍경의 뼈>에 출품된 작품들은 그러한 특성들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이 전시에 출품된 회화들은 최근의 젊은 작가들과는 차별화되는 섬세한 조형감각이나 회화적 분위기가 눈에 띄는데, 그러한 분위기의 근간에는 위에서 언급한 키워드들이 주요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음울함의 전조는 그의 회화들의 저변에 존재하는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의 회화들의 절제적 미학을 방해하는 요소로 기능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의 경우 다소 큰 편차를 가진 것들로 만들기도 한다. 즉 양날의 검 같은 존재다.
이러한 양면성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내부에서 뿜어져나오는 감정적 밀도나 표현의 에너지의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러한 내면의 에너지에 경도되는 순간 자신과 작품을 객관화 하여 관조하는 과정을 갖지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레지던스라는 제도가 그에게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종종 젊은 작가들의 화려한 부상이 눈에 띄는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 사실 미술계는 다분히 보수적인 곳이다. 안정된 자리를 잡고 활동을 이어나가기 전의 많은 젊은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은 역시 제도적인 지원일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이유로 다양한 지역의 기관들이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레지던스는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제도 중 하나다. 송신규에게 레지던스는 젊은 작가들에게 필요한 물리적 지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레지던스가 위치한 지역성이라는 키워드를 매개로 자신의 복잡한 감정들을 외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그의 작가적 활동의 첫 시작은 대만의 어느 지역 레지던스에 참여하게 되면서인데, 여기서 그는 원래 원주민 주거지였던 마을의 역사를 접하면서 트라우마틱한 근현대사와 평온해보이는 현실의 생경한 대조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처음으로 자신의 개인적 요소들을 정당화시켜주는 기록으로서의 표현에서 나아가 외부세계의 중층적 요소들을 작업으로 소화해내는 시도를 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양구 박수근미술관 레지던시에서 머물던 1년여의 시간동안 유사하게 펼쳐졌다. 그는 자신의 복잡한 기억들이 존재하는 출신지역과 매우 가까운 이곳에서, 유사한 자연이 어떻게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스스로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며 경험하는 지역의 시공간이 어떻게 작품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를 의욕적으로 경험했다. 주변의 역사적 흔적들이나 독특한 지역들을 수시로 찾아다니며 경험한 사유들을 작품 속에 포함시키면서 생태나 신화, 개발에 대한 성찰 등 이전 작업들에선 개입하기 어려웠던 주제들이 작업의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이전의 강렬한 표현주의적 성향과는 다른 기법들이 등장한다. 주변의 부산물들을 수집해서 시도한 설치작품이나, 자신의 회화를 설치적 요소를 가미해 전시장에 배치시키는 시도 같은 것들은 확실히 전과는 달라진 부분들이다. 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고 덮은후 다시 긁어내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나 일정한 오브제들을 회화와 결합시키면서 시간성을 표현해내는 시도들도 그러하다.
이렇게 작업세계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은 한편으로 그가 스스로 경계해야 할 지점들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풍경을 관조하는 기저에 깔린 허무주의는 대상을 섣부르게 타자화해버릴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근현대사의 독특한 사건이나 신화를 작품에 끌어오기 위해서는 적절한 깊이의 연구와 작가적 견해의 확보가 동반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여러 작품들속에서 보이는 양식적 고정성을 아직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확실히 양구에서의 체류는 그에게 일정한 치유와 보다 넓어진 에너지를 안겨준 것 같다. 이제 그는 스스로 고백하듯 자신의 출신지역으로 되돌아가서 자신의 기억을 재방문하는 어려운 시도를 할 것이다. 내면의 밀도를 개인의 언어로 섣부르게 뿜어내지 않고, 일정한 동시대 미술의 틀 안에서 설득력을 갖춘 구조로 만들어내는 일은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지만, 그 미래를 준비하고 연마하는 과정으로서의 지난 1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 시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원석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Art Studio of Park Soo Keun Museum: Exhibition of Artists in Residency 2021
Revisiting Memories: Conversation with Artist Song Shin-kyu
Koh Wonseok, chief curator at Seoul Museum of Art
It was a clear, cold, windy day after snow that I first visited the artist studio by the Park Soo Keun Museum in Yanggu, Gangwon-do. With the earth covered in snow, what must have already been a tranquil landscape was all leveled out in white. But as I entered the studio, a one-story building that seemed like an extension of the horizontal landscape, the interior was filled with more paintings than could be properly hung, clamoring among objects collected for installation. The serenity of the surroundings turned out to be an impression only a leisurely outside visitor could afford to have, and I could instantly sense that it served as a mere backdrop for intense work for the young artist Song Shin-kyu, who lives and produces art at the studio.
While I was just warming up to this contrast of energy, the artist began to explain his latest works to be featured in the solo exhibition at the end of his residency. But while meeting young artists like Song, I have grown keener on the aspects of the artists that trigger their works instead of their latest output. This is why I asked Song to show me his works from his school years, right after lightly browsing through his most recent works. Unfolding a thick scrapbook on top of the table, he walked me through the numerous works produced as a student.
My intent is not to quickly define the many studies he produced in school and stipulate them as part of his course of work. Nor have I invested enough time to do so or feel the need to impassively analyze the intricate entanglement of temporality and energy underlying his studies. Even so, I cannot go without mentioning the eerie energy emitted by many of his studies, which were introduced under titles such as “Loss,” “Extinction,” “Struggle,” and “Disillusionment” and proved dismal and grotesque. Song told me about his depression that dominated his school years and his history of personal trauma behind it, which seemingly put a brutal form of weight on him, regardless of whether others could fully empathize with him. I suspect that it was then that he grew accustomed to addiction-level production and images hinting at gloom.
This highly personal take of mine could be useful at least in understanding his later works. Those featured in his 2021 solo exhibition Traces of Nature reflect such characteristics in conveying a delicate formative aesthetic and painterly attitude that distinguish Song from other emerging artists of late, and operating at the root of these paintings are the aforementioned keywords. The hint of gloom, in particular, is what determines the overall tone of his paintings, though it simultaneously hinders their constrained aesthetic and occasionally accentuates their large variance gap. So in a sense, it is like a double-edged sword for Song.
This duality is attributed to the high emotional density and large wavelength of expressive energy from within the artist. And the moment his inner energy overpowers him could forfeit an objective view of himself and his works. This is why the institution of artist residency could perhaps be an important opportunity for him.
While young artists often make remarkably gallant debuts, the art scene is actually rather conservative. Institutional support is inevitably what most emerging artists need before settling into a career, and this is expressly why domestic institutions devise and implement policy to support young talent. For serving this role, artist residency is a leading system. For Song, this not only provides the material support needed as an emerging artist but more importantly, an opportunity to externalize his intricately intertwined emotions using the specificity of the residence’s location as his medium. His artistic career began with a regional residency program in Taiwan, where he was exposed to the history of a village that was once an aboriginal settlement, and he eventually discovered the strange contrast between the region’s traumatic modern and contemporary history and its peaceful reality. And probably for the first time during this residency, he began producing works in an attempt to digest multiple facets of the external world rather than merely document and justify his personal history.
Song faced a similar experience during his one-year residency at the Art Studio of Park Soo Keun Museum. In Yanggu, a county in the immediate vicinity of his memory-ridden and emotionally charged hometown, he eagerly explored how similar environments could be different and how spacetime in an area as experienced from an objective distance could be reduced into works. As he began incorporating into his works his thoughts on and experiences with the historical remains and sites unique to the area, subjects that seemed tangential to his previous works such as ecology and mythology began to be introduced as artistic themes.
He also introduced techniques that deviate from the intense expressionist tendencies shown in his previous works. The installation created out of found objects from the area, the added elements of installation in his painting, and strategic placement of the paintings in the exhibition space are among the more noticeable changes, as well as the creation of an image by repeatedly covering up and scratching out a finished painting and the attempt to visualize temporality by conflating certain objects with paintings.
Yet on a cautionary note, this kind of expansion in artistic scope is often followed by the revelation of new risks, which Song should be aware of. For example, he should be aware that the nihilism underlying meditative landscapes tends to quickly otherize the subjects. References to certain events in modern or contemporary history or mythology must accompany a certain amount of research and artistic perspective. And most importantly, he needs to be wary of the stylistic fixation seen in many of his works.
It seems clear that his stay in Yang-gu has given him some convalescence and a broader spectrum of energy. Now he faces the challenge of revisiting memories of his hometown, which are equivalent to a self-confession. An undoubtedly difficult task is to persuasively structuralize the full density of the inner self within the framework of contemporary art and not blurt it out in raw and personal language. Yet I firmly believe that the past year has apparently held special meaning for the artist given the process that occurred of honing his skills in preparation for this very challe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