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땅의 경계는 명확하다. 명확하기에 갈 수 있는 범위는 제한에 따른다. 하지만 그 경계 또한 기능을 잃을 땐, 방치되어 황폐해진다.
이러한 나의 관심이 자연스레 시선을 둔 곳이 이번 작업의 주 주제인 춘천에 있는 옛 미군<CAMP PAGE>이다. 비행 활주로로 사용된 일부 미군기지 터는 2007년 민간인 소유주에게 반환이 아닌, 지역 환원으로 개방되었다. 하지만 정화 부실로 토양 오염이 확인되어 두터운 장벽과 뒤섞인 흙으로 다시 경계 지어졌다. 이에 따라 주변 풍경에서 제외된 보이지 않는 대상이 되었다. 내부의 지면 아래 제거가 안 된 아스콘의 잔여물과 토양 지층에 흡수된 검은 기름띠, 각종 폐기물 함께 침수된 유적발굴 현장은 한겨울 눈과 얼음에 녹기를 반복한다.
장벽 안에 일어나는 부유하는 문제들은 무심과 불안한 상태로 절망이 혼재되어 상실과 직결되어 유감을 드러내고 있다.
노른자위 명명하에 내가 보는 이 땅은 어느 이름 없는 죽은 땅이 되어가고 있다. 나는 시간이 해결하지 못한 진실을 들추고자 현장에서 사물을 수집, 본 이미지를 담아 장소와 그림으로 연결 짓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 땅이 가지고 있는 역사의 기억을 되묻는 방식으로 긁고 다시 덧칠하며 지난 시간을 치유하고자 한다.
비록, 오늘날 사라지고 없어지는 무계획적인 잦은 풍경에서 새로움을 떠나 땅의 신음으로부터 상처가 회복되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되길 염원한다.